The Ewha Medical Journal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Medicine
Letters to the Editor

“영문인가, 한글인가?”를 넘어서 대학 학술지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허 선
Sun Huh
Corresponding author: Sun Huh, Department of Parasitology and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College of Medicine, Hallym University, 1 Hallimdaehak-gil, Chuncheon 200-702, Korea Tel: 82-33-248-2652, Fax: 82-33-241-1672E-mail: shu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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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line: Sep 30, 2012


The Ewha Medical Journal은 2011년도 제2호부터 모습을 일신하여 국제 수준에 맞는 편집과 알찬 내용으로 대학 학술지로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 즉 국제 수준 편집으로 학술지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이다. 2012년도 제1호 editorial에서 제기한 “영문인가, 한글인가?”는 우리 시대 비영어권 나라 편집인과 발행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주제이다[1]. 한글 학술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의사, 연구자로 최근 논문 투고 행태(behaviour)가 잘 보여준다. 이미 우리나라 연구자는 학술 논문을 영문으로 작성하여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는 것이 일상의 일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당연히 연구자가 국제적인 학술정보시장에서 결과를 유통하여 명성을 얻고 싶어 하고, 연구비 획득, 승진, 임용, 재임용, 동기 부여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고 싶어하는 욕구가 잠재되어 있다. 나아가서 의사라면 전 세계 인류 건강 증진을 위하여 영문으로 학술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학술지에 대한 현 평가 시스템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평가 시스템도 우리 대학이나 정부가 만들었다. 대학이나 정부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데 기여한 이 역시 대개는 대학 교원이므로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든 제도이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대학 순위를 올려야 하는 집행부의 사명이 있고, 정부도 국민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국제 수준의 결과를 얻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대학이나 국가 경쟁력 논리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즉 한글 학술지에는 우수한 독창성 있는 연구 결과 투고를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더 나아가서 현실은 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SCIE) 영향력지표(impact factor)가 높지 않는 한은 국내 학술지가 훌륭한 연구결과를 투고 받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전차로 2008∼2009년 사이에 SCIE에 등재된 여러 한글 학술지가 대부분 영문전용 학술지로 전환하여 PubMed Central 등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를 시켰거나 현재 등재 준비 중이다.

한글 학술지의 상당수는 세부분야 전문 학술지이다. 이런 분야일수록 그 분야 전문가만이 투고하고 읽을 것이 당연한데 세부 분야로 갈수록 구성원 수가 적고, 학술지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글로 발행하면서 투고 논문 수가 감소하고 있다. 즉, 세부 전문분야일수록 일반의나 타 분야에서 관심 갖기 어려우므로 분야 전문가끼리 영문으로 소통하면서 국제적으로 연구 내용을 알려 세부전문 분야 국제 학술지로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로 대개 큰 학회, 또는 이른바 모학회에서 영문으로 학술지를 발행하고 세부 전문 학회는 한글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 물론 일부 예외로 Diabetes and Metabolism Journal과 같이 한 질병명으로 학술지를 국제 수준으로 발행하는 분야도 여럿 있다. 학술지를 발행하는 데에는 국내에서 편당 최저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이상 경비가 필요하다. 외국 상업학술지에서는 편당 300만 원 이상을 최저 경비로 잡는다. 이런 경비를 저자가 부담하거나 학회가 확보하지 못하면 원고편집은 물론 학술지의 기본이 된 digital object identifier (DOI)를 부여할 수 없다. 학회를 만들면 반드시 학회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대한의학회 가입 요건도 기여하였으리라 추정한다. 대한의학회 가입이 되어야 어려가지 재정 지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의학회는 몇 해 전부터 통합 학술지도 인정하고 있다. 지금처럼 세분화한 상태로 일부 세부 전문분야 학술지는 투고 원고 수가 줄어 간기를 맞추지 못하고 정시 발간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지만 한글학술지 존립의 필요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영문 작성이 아직 익숙하기 못한 학문 후속세대가 한글로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장으로서 의의가 있다. 또한 한글로 표기하여 교육과 훈련용으로 빠르고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활용하여야 하는 수요가 있다. 대표 예가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Association으로 이 SCIE 학술지는 철저하게 개원의, 일반의를 위한 종설과 교육 위주 학술지이므로 한글 표기가 주이다. 원저를 받기도 하여 일부 영문 표기도 있으나 이것도 전국 역학 자료 등 특별한 예에 한한다. 또한 내과, 정신과, 정형외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에서는 한글과 영문 두 종을 발행하여 한글 학술지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 또한 SCIE에 등재된 학술지 가운데서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Korean Journal of Medical History는 한글 학술지로 나름대로 생존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전자는 간호학이라는 사회과학 분야이고 후자는 인문학 분야이므로 한글로 소통하는 것이 영문보다 더욱 쉽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미 국제 수준으로 역량이 훌쩍 커버린 국내 연구자에게 투고를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학술지 시장에서 전문분야 학회지가 아닌 대학 학술지라는 일반 학술지가 살아남아 대학 학술지 역사를 지키고, 구성원의 의사소통 장으로 계속 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발행하는 Yonsei Medical Journal은 대학에서 발행하는 영문 의학 학술지로 1960년부터 발행하여 1963년 Index Medicus에 등재되어 우리나라를 대표한 의학 학술지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이미 일반 의학(medicine, general & internal) 분야에서 Journal Citation Reports (JCR) 순위 50%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대학 학술지가 영문으로 발행하여 국제 학술지로 나갈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Yonsei Medical Journal은 매우 독특한 예이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발행하는 Chonnam Medical Journal은 국제 학술지를 목표로 2011년부터 영문전용으로 발행하여 PubMed Central에 등재시켰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발행하는 Hanyang Medical Reviews는 한글로 특정 분야 최고 전문가의 종설을 편집 발행하여 수준 높은 최신 지견을 연 4호에 제공하고 있다. Soonchunhyang Medical Science는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 2회 발행하며 2011년도부터 학교 차원에서 학술지에 집중 투자하여 학술지 양식과 형식을 훌륭히 갖추었다.

The Ewha Medical Journal은 3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작년 새 편집진을 구성한 뒤 틀을 잡아 조만간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가입이 될 것이다. 이미 학술지를 국제 수준으로 편집하고 있어서 KoreaMed 등재에도 어려움이 없다[2]. 이후 KoreaMed Synapse에 참여하여 DOI를 부여하면 국제적인 학술지 네트워크 시장에 들어선다[3]. 즉, 대학 학술지도 DOI만 부여하면 어렵지 않게 국제 학술지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할 수 있다. 피인용여부도 관찰할 수 있고, 또한 참고문헌에서 바로 전문으로 연결도 가능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학술지의 기본 성장 단계이다. 2012년 3월호에 review article로 실린 ‘암을 이기는 채식 밥상’은 모든 의사나 간호사, 전공의, 학생도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면서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간결하게 정리한 내용이다[4]. 앞으로 이렇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또한 일상에서 요긴한 내용을 잘 발굴하여 게재한다면 열독하는 독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지 발전의 99%는 편집인에게 달려 있다. 나머지는 발행인의 적극적인 지원과 구성원의 투고이다. 또한 대학 학술지는 경제적인 어려움만 없다면 수록 범위(scope)를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지면을 할애하여 의대생이 학부과정 중에 나름대로 연구한 내용을 싣는 공간을 확보한다던지, 교내 또는 병원 내에서 흥미로운 clinico-pathological conference를 게재할 수 있다. 의대 구성원 뿐 아니라 치의학, 간호학, 영양학, 보건학 등 교내 다른 보건의료 관련 연구 인력의 연구 결과도 소개하면서 교내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다. 정년퇴임하는 교원이 후학을 위하여 그동안 연구하거나 교육하면서 나온 결과를 요약 정리한 invited review나 essay를 투고 받으면 흥미로울 것이다. 구성원이 발간한 단행본을 book review로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여도 좋을 것이다. 대학 교원으로 활동하던 분의 obituary를 통하여 학교에 대한 기여를 기리는 것도 필요하다. JAMA를 보면 매우 다양한 출판 유형(publication type)을 취급한다. 즉 A Piece of My Mind 출판유형을 두어 miscellany를 게재하기도 한다[5].

이화여자대학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지도자를 배출하는 훌륭한 교육기관이다. 그렇다면 여성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학 학술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환자에게 성별이 무슨 차이가 있을지 현장에서 쉽게 알기 어렵지만 미묘한 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그런 차이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 있다. 대학 학술지라는 특성을 살려서 반드시 전문 학술 분야가 아니라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고 학교 역사로 남길만한 내용을 기록한다면 이것이 후학에게는 좋은 역사 저장소(historical archiving)가 될 것이다. 이렇듯 대학 학술지는 굳이 업적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개개 구성원이 바로 이웃에 있는 사람의 일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도움을 주는 재미있는 학술지로 키워나가 그 존재 가치를 모두 다 이해한다면 학교의 발간 경비 지원 액수도 더 늘어나고 동문들도 관심을 갖고 지원할 것이다.

또한 구성원이 논문 작성 기회로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편집인, 편집위원으로 훈련시키는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대학 학술지 편집이나 학회지 편집이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학부생이나 전공의를 참여시켜 훌륭하게 키운다면 나중에 전문학회지 나아가서 국제학술지 편집인, 편집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후속 세대가 편집 과정 중에 의학 학술지 투고원고 통일양식, 연구출판윤리, 학술지 양식과 형식, 참고문헌 다양한 표기법, CrossCheck을 통한 중복출판 점검, 저자되기, 원고편집(manuscript editing), errata, retraction, 색인 데이터베이스, 영향력지표, DOI, XML 출판 등 흥미진진한 학술지 편집 세계를 경험한다면 어느 대학이나 교육병원에서도 시행하지 못한 특화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이렇듯 대학 학술지는 전문분야 학술지와 차별을 두어 운영하면 휘뚜루 쓰임새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나 구성원이 또한 동문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선별하여 제공할 수 있느냐가 편집인의 숙제이다. 우리나라 학술지 편집인은 거의 모두 어떠한 보상 없이 자원봉사를 한다. 즐겁게 지금 수준으로 편집을 유지할 수 있다면 대학 학술지, The Ewha Medical Journal은 구성원에게 사랑받으며 대학과 같이 무한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

1.

Lee RA, Hong KS. 2012; English or Korean?. Ewha Med J. 35:1-2

2.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KoreaMed [Internet].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SeoulAvailable from: http://koreamed.orgcited 2012 Apr 30

3.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KoreaMed Synapse [Internet].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SeoulAvailable from: http://synapse.koreamed.orgcited 2012 Apr 30

4.

Oh BY, Noh KT, Lee RA, Kim KH. 2012; Vegetable diet in cancer prevention. Ewha Med J. 35:11-15

5.

Boulay RM. 2012; Keep that. JAMA. 307: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