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wha Medical Journal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Medicine
Editorial

진료실 폭력의 현실

이령아
Ryung-A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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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line: Sep 30, 2013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의사는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 • 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지칭한다[1]. 의사의 자격을 인정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보건 복지 가족부 장관의 면허를 취득하여야 의사로서 진료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의사는 진료를 하는 사람으로 통상 인식되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는 인체와 질병, 손상, 각종 신체 혹은 정신의 이상 등을 연구하는 연구자, 질병의 진단을 담당하고 여러 가지 치료를 시행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 전반적인 보건정책을 수립하고 공공진료의 향상에 일조하는 정책담당자 등 여러 분야의 의학의 전문가를 모두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으며 이런 중요성을 인정하여 의사로 의료행위를 하고자 할 때는 길고 고단한 학습과정과 또 그보다 더 힘든 수련과정을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은 의사를 잘 인정하지 않는 환경이어서 더더욱 전공의의 수련과정은 치열하고 혹독하다. 최소한 10년이 넘는 이런 학습의 과정을 거치고 진료에 나서는 의사들은 진료과정에서 모두 완벽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므로 공식대로 치료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서양의학 자체가 통계의 학문이므로 대다수의 환자치료에 대한 정설이 있으나 언제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고 이런 경우에 대한 치료는 경험적 치료(empiric treatment)라 하여 지양하는 분위기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질병의 상태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로 인한 불가피한 합병증이나 사망의 예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중환자를 담당하는 과목의 의사들에게는 더욱 자주 발생한다. 의사의 노력여하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결과에 대해 가장 괴로운 사람은 환자와 가족이겠으나 그에 못지 않게 의사 본인도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더구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폭언과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진료에 소신을 다하기 어렵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방어진료이다. 방어진료란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원칙에 맞지 않더라고 시행하게 되는 모든 형태의 검사와 투약, 처치 등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날이 갈수록 의료소송의 건수가 급증하고 그 중 대부분은 의사의 과실이 아닌 경우이나, 사법체계 안에서 의사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증거를 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방어진료의 추세를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의사 본연의 임무보다 처세를 우선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갖가지 검사를 해야 하고 엄청난 양의 동의서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은 결국에는 의료비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재정을 압박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얼마전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던 노인이 치료 도중 다시 심장마비를 일으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된 사례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병상을 둘러싼 보호자들에 의해 중대한 의료행위인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젊은 의사들이 집단으로 구타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없고 진료 또한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 진료실 안에서의 폭력 과정에 조직적인 브로커가 개입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다. 예상치 못한 진료의 결과가 발생하였을 때 환자나 보호자의 억울함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 억울함에 대해 개인의 폭력을 허용할 수는 없다. 의사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병원에서 기물을 파손하고 의사를 구타하는 행위가 인정된다면 법은 있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이런 폭력은 금전적인 요구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답은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의 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행해야 하고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를 시행하는 의사를 믿고 과정을 따라야 한다. 서로 믿는 과정이 있어야만 의사들은 소신껏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진료실 안에서의 기물파괴나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새로운 법령의 제정 하에 가중처벌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법령이 있다 하더라도 시행이 안 되면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법 제정 이전에 의사는 최선을 다하고 환자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믿어주는 의료계의 풍토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http://stdweb2.korean.go.kr/search/List_dic.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