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wha Medical Journal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Medicine
Editorial

의료영역에서의 메타버스의 적용, 가능한가?

이령아https://orcid.org/0000-0003-1146-3839
Ryung-Ah Leehttps://orcid.org/0000-0003-1146-3839
Corresponding author Ryung-Ah Lee, Department of Surgery, Ewha Womans University Mokdong Hospital, 1071 Anyangcheon-ro, Yangcheon-gu, Seoul 07985, Korea Tel: 82-2-2650-2861, Fax: 82-2-2644-7984, E-mail: ralee@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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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line: Jan 31, 2022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2020년 1월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상 초유의 전 세계적 변화를 촉발하였다. 과거 중세시대 2억 명의 추정사망자가 발생했던 흑사병과 비교하여 그 위중도는 가히 비견할 만하다. 중세시대야, 보건의 개념도 전무하고 적절한 항생물질이나 의료기계의 보조도 불가능했으므로 빠른 시간에 전파되는 감염증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상당한 감염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불가피한 불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의료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현대에서, 1년여 만에 약 5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의료재난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코로나 중증감염에 대한 공포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여기에 더해서 치료제가 없다는 정보가 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두려움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비말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적 수준의 격리조치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사실상 생활 전반에 걸친 무제한 격리조치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나라별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격리조치에도 불구하고 의식주 생활을 위한 활동이나 학교, 병원, 행정기관 등 장기적 휴재 불가능한 영역에서는 그 기능이 지속되어야 했으므로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때 대두된 용어가 비대면활동이다. 이전에도 원격실시간교육이나 회의, 원격의료, 인터넷쇼핑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한 비대면활동이 있었으나, 대면활동과 병행하거나 대면활동과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현 시국에서의 비대면활동은 대체불가능한 불가피한 대안이다. 이로 인해 보다 친숙한 대면활동에 집중되어 있던 주요 서비스들이 비대면으로 전격 재조정되고 있다.

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한다. 의료기기를 갖춘 시설이 준비된 상태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인이 상주하는 기관에 환자가 방문하는 형태의 의료가 가장 보편적이다. 즉 “아프면 병원에 간다”가 기본 명제이다. 그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요구에 맞추어 전문진료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인건비와 약제비, 기계비용 등으로 인한 의료서비스의 비용부담이 국가재정에 큰 압박이 되고 있고, 이는 선진국일수록 더욱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분야이든지 비용상승이 발생하면 비용감축을 위한 시도와 대체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의료의 경우 비용절감과 대면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십수 년 전부터 여러 형태의 원격진료모델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당뇨 환자의 경우, 실시간 혈당을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착용하면 그 데이터가 멀리 있는 담당병원의 컴퓨터로 전송되어 기록이 저장분석되고, 그 기록에 따라 식이관리나 약제조절이 피드백되며, 필요한 검사는 전달된 처방에 따라 연고지의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그 결과가 다시 해당병원으로 전송되어 저장되는 형태의 의료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검토할 수 있었던 것은 모바일 기기와 어플리케이션의 발전이 크게 기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휴대폰 보유율은 96.14%로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휴대폰을 활용한 많은 건강 관련 어플리케이션의 개발과 보급이 용이하였고, 서비스 대상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는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전 국민이 격리되고 생활이 제한되어 있어도 투약이 필요한 환자도 있고 응급진료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따라서 강제적으로 비대면 의료행위서비스에 대한 요구도가 발생하게 되었고, 기존의 의료서비스를 대행할 수 있는 대체서비스를 보다 절실하게 검토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지금이 비대면의료서비스의 개시 시점인가?

소셜미디어 Facebook의 창시자 Mark Zuckerberg는 2021년 10월 메타버스(metaverse) 세계관을 발표하였다. 이는 이미 구현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따르는 가상현실의 게임과 같은 것이 아니라, 모든 불확정성의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실시간 가상환경의 구현으로, 기존에 출시되어 있던 소셜미디어, 가상현실, 이미지변화어플리케이션, 얼굴인식 프로그램 등 기존에 출시되어 조금씩 진화해 나가던 많은 프로그램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시각효과에 열광하는 early adaptor들은 메타버스 세계관이 당장 펼쳐질 것처럼 말한다. 메타버스는 ‘함께, 뒤에서, 사이에, 넘어서, 변화하여, 초월하여’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틴어 ‘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보다 현실상황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사회, 교육, 경제활동 등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가공의 세계이다.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적용되는 순간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물건을 살 수도 있으며, 교육이나 상담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에서 진료는 가능한가? 대면으로 제공된 환자의 정보가 제한되고 물리적인 거리의 제한을 해결하는 원격진료와 비교할 때 실시간 소통과 피드백을 반영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의료서비스가 성립할 수 있는가?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메타버스에 대비해야 한다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에서는 원격진료조차 시기상조라며 접근조차 거부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한 메디컬트윈 기술지원을 위한 개발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외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될 조짐을 보인다.

의료서비스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인간은 100% 프로그램화할 수 없다. 그 많은 특수장비와 의료기기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의 치료방식과 치료결과는 다를 수 있고, 이는 환자나 의사 모두가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예측불가능한 변수이다. 특히 병력청취나 진찰을 통한 다양한 진료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료서비스의 기본전제를 고려할 때, 메타버스의 의료서비스에의 진출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즉,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시각정보를 기본으로 하므로 촉각을 비롯한 오감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기본이 구성되지 않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를 혼동하여 광고하는 개발업체들 또한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일조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세계관이 많은 서비스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그 변화와 편리함도 크게 기대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 의료인은 인간의 존엄성, 생명에의 존중, 그리고 인격체에 대한 애정과 대우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편의성 외에 의료서비스의 기본을 바탕으로 안전한 진료환경, 개인정보에 대한 안보, 치료행위의 책임에 대한 정책 등 제반여건들을 잘 검토하여 제도(system)에 의한 인간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