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When the physician–government conflict was triggered by the Korean government's plan to increase medical school enrollment by 2,000 students, the government proposed the establishment of a "Jokbo Sharing Center." In Korean medical education, jokbo refers to collections of previous examination questions, summarized notes, and anticipated topics compiled by senior students and transmitted across cohorts. Their scope extends beyond preclinical education and written examinations to include practical tips and informal norms passed down during clinical clerkships and internship rotations. More than a mere compilation of study resources, jokbo functions as a form of hidden curriculum within medical education. As a learning culture that has emerged organically among students, it operates implicitly beneath the formal curriculum. The creation and sharing of jokbo can foster solidarity and a sense of belonging, and may serve as a process through which students begin to internalize the professional culture essential to their future roles as physicians. Nevertheless, reliance on jokbo-based learning may undermine the depth and quality of learning over time, impeding critical thinking, problem-solving skills, and the acquisition of integrated medical knowledge. Unregulated distribution of such materials also raises concerns about examination fairness, and their reproduction without faculty consent raises legitimate ethical concerns. At the same time, given their demonstrable educational benefits, some argue for institutionalizing jokbo through transparent procedures for constructive use in medical education. Despite its widespread presence, research on jokbo remains virtually nonexistent. This study aims to establish a scholarly and policy foundation for discussion of jokbo in Korean medical education by reviewing international cases of examination material sharing and providing a comprehensive analysis of jokbo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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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s: Examination questions; Medical education; Medical school; Test taking skills
서론
정부의 2천 명 증원이 촉발한 의정사태가 발생하였을 당시, 정부는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이른바 ‘족보공유센터’를 제시한 바 있다[
1]. 우리나라에서 족보(族譜)는 동족이 그들의 시조로부터 현재 자손까지의 계보를 중심으로 기록한 것으로 가문의 내력과 씨성(氏姓)의 계보를 밝혀 놓은 일종의 씨족사 내지 가문의 역사를 의미한다[
2]. 하지만 한국의 의과대학생에게 ‘족보’는 대학 강의나 시험에서 이전 선배들이 남긴 시험문제, 요약자료, 예상문제 등을 모아둔 문서 또는 파일을 의미하며, 학교에 따라 ‘야마,’ 또는 ‘소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이미 ‘족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는 이 표현을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족보는 종적(같은 학년 간), 횡적(선후배 간)으로 전수되며 사실 기본의학교육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전문의 자격시험 공부를 위해서도 족보는 활용된다. 족보는 시험에만 국한되지도 않으며 임상실습을 하거나, 인턴으로서 각 과를 순회할 때도 준수해야 할 여러 가지 소소한 사항들이 족보로서 전수되기도 한다. 이렇게 족보는 널리 활용되기 때문에 의과대학생들은 족보를 학습을 위한 실질적 도구로 인식하며, 이를 공부해야 시험에 실패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3]. 의과대학생들은 학습해야 할 방대한 의학지식 앞에서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족보는 의과대학생들이 수업자료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족보는 단순한 자료를 넘어 의학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으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은 학교의 물리적 조건, 제도 및 행정적 조직, 사회 및 심리적 상황을 통하여 학교에서는 의도하고 계획 세운 바 없으나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 은연중에 가지게 되는 경험을 의미한다[
4]. 족보는 공식문서나 커리큘럼에 명시하거나 학교나 교수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학습문화라는 측면에서 공식적인 교육과정 저변에 조용하고(the silent curriculum) 암시적(the implicit curriculum)으로 교육과정에 잠재되어 작동한다. 학생들은 ‘족보’를 통한 비공식적인 학습전략을 채택하고 교과서나 강의자료만 아니라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족보가 더 중요하다’는 태도나 학습전략을 배우게 된다.
족보의 형성과정과 유형은 다음과 같다. 의과대학에서 족보는 학교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크게 선배들의 필기내용을 모은 ‘선족,’ 강의내용과 기출문제를 함께 정리한 ‘필족,’ 시험 직후 문제를 기억해 재구성한 ‘문족’의 세 유형으로 나뉘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역할을 나눠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족보는 시험 대비에 핵심 자료로 활용되며, 시험문제의 반복 경향과 맞물려 그 영향력이 크고, 일정 수준 축적되면 ‘족장’이 이를 책자 형태로 배포하기도 한다[
5]. 일부 의과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공부에 필요한 자료들을 자체적으로 족보로 편찬하는 학생자치활동을 대학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6]. 족보와 관련된 형성과 공유의 모든 과정은 자기주도적이며, 공동의 작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학습의 일종의 ‘집단 주도 학습(공동체 주도 학습)’의 특성을 가진다고도 볼 수 있다.
의과대학생들의 ‘족보의 제작과 공유’는 학생들 간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경험하게 되는 하나의 학습과정으로, 그리고 앞으로 의사라는 전문직업성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인 문화를 학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실제로 의과대학들은 지식을 평가하는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임상실습에서도 족보를 통해 학습내용을 전수하는데, 그 내용은 과별 실습의 특성과 주요 술기 등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졸업 이후의 수련과정에서도 족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료 프로토콜, 환자관리 등 병원 내 업무 효율성과 직결된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족보는 시험 준비를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실습과 직무에 대한 가이드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족보를 기반으로 한 학습은 장기적으로는 학습의 깊이와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기출 문제 암기에 집중한 지나친 족보 의존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 통합적 의학 지식의 습득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별다른 규제 없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족보 작성과 활용은 시험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며, 시험 문항을 출제한 교수의 창작물로 간주할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보관하거나 복사, 배포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험문제 모음집이 교육적으로 일정 효과가 있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공정한 공개와 적절한 절차를 기반으로 이를 제도화해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7]. 이를 위해서는 족보의 작성과 활용의 적절성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렇듯 한국의 의학교육에서 족보가 잠재적인 교육과정으로서 그 명맥을 이어오는 동안 의학교육계에서 족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의학교육에서 족보의 생성과 역할, 교육적 적절성, 학습문화로서의 가치, 족보와 관련된 규제 등과 같은 족보를 중심으로 연구를 실시한 연구들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의 의과대학생들이 공동의 작업을 통해 학습의 내용 및 시험문제를 모아 전수하는 학습문화를 ‘족보 기반 교육’으로 정의하고, 한국 의학교육 맥락에서 족보에 대한 학문적ㆍ정책적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의과대학생들의 시험문제 공유와 관련된 학습문화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의 의학교육에서 ‘족보’가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를 종합적인 고찰을 하고자 한다.
해외 의과대학 사례
과거 시험 공유
과거 시험지 공유(past papers)는 의과대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가장 일반적인 시험 준비 형태이다. 영국 의과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과거 시험지 공유에 대해 고찰한 Davies [
8]의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과거 시험지 공유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의과대학생들 사이에서 지식을 공유하고 과거 시험지를 참고하는 것은 전통적인 학습방식의 일부로 여겨지지만, 해당 자료가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되었거나 무단으로 배포된 경우 학문적 정직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General Medical Council (GMC) [
9]은 시험문제 공유가 미래 응시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줄 수 있으므로 부정행위로 간주한다(GMC misconduct procedures)고 명시하고 있다. University College London 의과대학은 시험 공유를 “시스템적인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 의과대학협의회(Medical Schools Council)는 부정행위 대신 시험 준비를 돕는 자료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의사면허시험(Medical Licensing Assessment)을 대비할 수 있는 연습시험인 Applied Knowledge Test를 개발하여[
10], 학생들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윤리적이고 정당한 학습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험 회상
또 다른 시험문제 공유의 명칭은 시험 회상(exam recall)이 있다. 시험 회상은 학생들이 시험장을 떠난 후 문제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11]. Tonkin [
12]은 호주 애들레이드 의과대학의 시험 회상 사건을 주제로 말 그대로 “lifting the carpet,” 의학교육의 감춰진 이면, 즉 의과대학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실태를 조명하였다. 호주 애들레이드 의과대학 학생들은 시험을 마친 후 각자 기억한 문제들을 모아 문서로 정리하여 이후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달하였고, 시험문제 유출에서 일부 시험 규정에 위배되는 방식이 포함된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 연구에서 시험문제 회상과 같은 행위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 학업환경, 제도적 허점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시험 회상은 ‘다음 세대에게 시험문제를 물려주는’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문제 유출의 대안으로 무작위 출제나 적응형 시험과 같은 정책 개혁, 부정행위에 대한 공개적 논의,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의과대학은 신뢰받는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였다.
시험 회상은 미국의 레지던트 시험에서도 나타나는데, Ruhnke와 Doukas [
13]의 논문은 전문의 자격시험에서의 기출문제 공유행위가 의료전문직 윤리와 공정성, 그리고 대중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시험 회상이 단순한 학습이 아닌 시험문제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부정행위이자 저작권 위반이라고 하였다. 시험 회상은 의사의 전문성과 의료계를 향한 신뢰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높은 시험 난이도와 과도한 압박, 또래 문화 등이 이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시험 회상 금지를 명확하게 하는 윤리지침, 재사용되지 않는 시험문제 개발, 윤리교육 강화, 그리고 기관 차원의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으며, 단순한 징계보다 근본적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다. 논문의 제목(“Trust in residents and board examinations: when sharing crosses the boundary”)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로 공유가 경계를 넘지 않도록 경계 설정을 촉구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의사면허시험(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USMLE) [
14]의 공식문서인 ‘USMLE Bulletin of Information’에서 시험문제 복원 및 공유행위를 명확히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응시자들은 시험문제와 케이스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야 하며, 암기, 기록, 기타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내용을 재생산하거나 시도하는 행위, 시험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 모두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의과대학생의 ‘족보’
한국 의학교육 맥락에서 ‘족보’의 역할
‘족보’가 그동안 우리의 의학교육의 맥락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수와 학생 모두 족보를 기반으로 한 학습 또한 학습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시험문제를 회상하고 이를 족보라는 형태로 조직화하여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습 관행으로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족보가 단순한 암기수단이나 처벌의 대상이 아닌 교육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그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둘째, 방대한 의학 지식을 다루는 의학교육의 특성상, 모든 것을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중심으로 학습하는 최적의 학습방법으로 족보가 기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의사 국가시험은 면허 취득을 위한 최소 자격시험으로, 필기의 경우, 60점 이상, 과목별 과락 없이 40점 이상을 충족하면 합격할 수 있다[
15]. 즉 의사 국가시험은 집단 내에서 우수자를 선발하는 상대평가가 아니므로, 전문가로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족보에 포함되어 있는 그 동안의 시험정보들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들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셋째, 한국의 의과대학들이 성과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졸업성과와 학습성과를 명시하고 있으나 학생들에게 와닿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성과와 실제 교육, 평가와의 관련성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은 성과 보다 가시적이고 믿을만한 학습자료인 ‘족보’에 몰두하였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르게 말하면 성과 기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의과대학의 졸업성과를 달성하는 데 족보에 수록된 문제들로 충분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의 의과대학생들의 높은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로 미루어 짐작할 때, 족보를 기반으로 한 학습이 졸업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그리고 의사면허 취득에 필요한 학습을 하는 데 충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족보만 봤을 뿐’이라고 한 의사국시 수석합격자 인터뷰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갖추어야 할 역량과 족보가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16].
넷째, 최근 의정사태로 인한 전공의 수의 감소로 인해[
17], 기존에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던 학생 교육의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피교육자이면서 동시에 의과대학생을 교육하는 교육자 역할을 하며[
18-
20],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공의들의 수련 공백은 의과대학생들의 교육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1]. 병원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교육적 역할—예를 들어, 후배 학생들에게 실무적인 지식이나 술기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전수하던 구조—의 약화로 학생들은 대안적인 학습수단을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시험 기출자료나 선배들의 학습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된 ‘족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족보가 단순한 편의적 학습도구를 넘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의과대학생 학습문화 연구 속 ‘족보’
본 연구에서 살펴본 한국의 의학교육 논문들에서는 ‘족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작적 정의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학교육 영역에서 ‘족보’를 기반으로 한 의과대학생들의 학습문화를 직접 주제로 다룬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족보’를 언급하고 있는 대부분의 논문에서 의과대학생들의 학습방식을 설명할 때, ‘족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현상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신념을 연구한 Park [
3]의 연구는 의과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학습 신념의 내용과 그 형성 원인, 교육적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이러한 신념들이 새로운 의학교육 방식에 어떤 저항 요인으로 작용하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였다. 이때 족보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신념 중 ‘교과서보다는 강의록, 기출문제집(족보) 위주로 공부해야 시험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학습 신념으로 다루어졌다. 시험 위주의 평가와 과도한 학습량이 족보 중심의 암기식 학습을 강화하고, 협력보다는 경쟁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정, 교수법, 평가방식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학생들의 학습 신념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의과대학생들은 족보 외에 학습 분량 과다, 암기 중심, 경쟁적 분위기, 수동적 학습태도 등의 신념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신념들은 학습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함양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의과대학의 잠재적 교육과정과 학생문화를 연구한 Yoo [
22]의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에서 공식 교육과정 외에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개념과 그 영향력을 분석하며, 이 과정이 학생들의 정의적 역량과 문화 형성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연구에서 족보는 학생들이 단기간의 최대한의 학습과 평가가 실시되는 교육체계 속에서 학생들이 행하고 있는 학습문화로 다루어졌다. 학생들은 의학교육을 받으며 의학을 아는 것보다 시험에 답을 쓸 수 있을 정도만 선별적으로 암기하기 위하여 ‘족보’를 활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 의과대학은 성적 중심의 경쟁적인 환경으로 인해 학생들이 동료를 협력보다는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팀워크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잠재적 교육과정이 전문직업성, 윤리, 자기관리, 리더십 등의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공식 교육뿐 아니라 긍정적인 학생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교육 환경과 문화 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Kim [
23]은 2011년 임상실기시험에서 문항이 조직적으로 복원되어 족보로 구성되고, 족보가 금전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된 윤리적 문제를 조명하며 “우리는 어떤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의사국가시험에서의 족보의 구성과 판매는 시험 서약에 대한 파기일 뿐만 아니라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하였으며, 나아가 이는 의사 집단 전체의 신뢰와 사회적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우리가 양성하는 의사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과학자이면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의 지도자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자들 또한 스스로 존경받는 의사, 책임 있는 의사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동안의 족보가 다뤄진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생의 학습문화 및 실제적인 학습을 경험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그 한계가 있다. ‘족보’가 교육 현상 그 자체를 넘어 어떠한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매우 경쟁적인 의학교육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족보를 통해 상호협력적인 학습문화를 형성해왔을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
한국의 의학교육 연구에서 족보가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를 살펴보고, 해외 의과대학생들의 학습문화 사례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본 연구를 통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해외 의과대학의 경우, 시험문제의 전수를 과거 시험문제(past papers)와 시험 회상(exam recall)으로 구분하여 개념화하고 탐색하고 있으며, 특히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깊이 다루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로 인해 논란이 된 사건을 시작점으로 하여, 해외에서는 의과대학협의회, 그리고 단과대학 단위에서 공론화된 논의를 바탕으로 시험문제 공유행위를 명백한 부정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 전수와 관련된 문제를 대처하기 위하여 시험 회상 및 학생 간 시험문제 전달이 부정행위라는 정보를 공식적으로 창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연습시험을 실시하고 문제를 공유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의과대학협회나 한국의학교육학회 등 의학교육 관련 기관에서도 ‘족보’ 또는 ‘시험 회상’과 관련된 행위를 다루고 있는 공식문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2011년 일어난 의사 국가시험 문제 유출에 대해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면허 취소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24], 의사 국가시험 문제의 유출, 무단 복제, 공유, 재구성 등을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Kwon 등[
7]의 ‘한국 의대생 자율규제 지침’ 연구에서 시험문제의 보관, 복제, 배포 등이 학교의 정책이 위배되는 경우,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규제 지침’이며 각 의과대학의 행동강령, 학생, 시행 세칙 등에 시험문제의 보관, 복제, 배포 등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실제적인 한계를 가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 의과대학의 족보를 해외 의과대학에서 시험문제 공유처럼 부정행위로 단순하게 정의하기에는 잠재적 교육과정으로서 그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의 의학교육 맥락에서 족보가 가지는 교육적 가치와 학생들이 이러한 학습문화에서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에 대해서 명백하게 규명하고 ‘족보’를 한국의 의학교육 맥락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된 논의가 필요하다.
의학교육계 내부에서 학생들의 학습문화와 관련된 현상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동안, 정부 주도의 ‘족보 공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의과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잠재적 학습문화를 위계적인(top-down) 방식으로 외부에서 통제할 경우, 그것이 의학교육 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교육 맥락에서 족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논의한 바도, 합의를 진행한 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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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contribution
All the work was done by Chul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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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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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ing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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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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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ments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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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plementary materials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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